[The Core]_제 2 화 『 고븐힐의 연주가 』_16. 아르바이트 Ⅲ
16. 아르바이트 Ⅲ
[앨버트의 회상 시작]
컴컴한 암흑 속에서 알람소리가 울려퍼졌다. 그 소리는 작지만 강직하게 자신의 일을 밀고 나갔고 5분을 넘어서도 계속해서 기기가 고장 날 정도로 안쓰럽게 울며 자신을 쉬게 해줄 주인의 손길을 애타게 찾고 있었다. 하지만 고요 속의 외침을 무색하게 할 만큼 정신을 놓고 단잠에 빠져든 남자 셋은 좀처럼 일어날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것도 그럴 것이 그들이 맞춰 놓은 시간은 아직 해가 뜨지도 않은, 으스스한 찬 공기가 가득한 새벽 4시였다. 한창 혈기 왕성한 남자 셋이 일어나기에는 버거운 시간이었다.
가까스로 알람소리를 인지한 남자는 무거운 몸을 일으켜 겨우 시계를 진정시켰다. 머나먼 무의식의 세계에서 돌아와 현실을 마주한 그는 아직 해도 뜨지 않은 이른 새벽에 목숨이 깍여 나가는 듯 했다. 단절된 의식은 시냅스를 타고 이어져 아침 일찍 그들이 해야 할 일을 상기시켰다. 그는 일을 하기 위해 더 잘 수 없다는 것이 슬퍼 긴 한숨을 쉬었다. 그의 옆에는 두 남자가 세상 모르게 잠들어,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남자는 그들에게서 어떤 책임감이나 압박감 같은 것을 느낄 수 없었다. 그저 세상 태평하게 자고 있는 그들을 보며 한심한 듯 고개를 저었다.
이른 새벽의 찬 공기는 눈을 충혈되게 만들었다. 차를 창고 앞에 대기 시켜 놓고 셋 중 하나가 숙직실에서 자고있는 직원을 깨우러 간 사이, 둘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멍하니 앉아있었다. 지금이라도 오늘 작업이 취소되었다는 구원의 전화기가 울린다면 그들은 곧장 숙소로 돌아가 이불 속에 파묻힐 수 있을 것 같았다.
며칠 전부터 반복되는 야간작업과 조기출근으로 혼이 나간 듯 했다. 하루에 몇 시간을 자는 지 세어보려다 그만 잠이 들어 버렸다. 그동안 빡빡할 정도로 열심히 작업량을 채웠다고 생각했지만, 작업 막바지에 접어들면 항상 시간이 모자랐다. 애초에 공사계약을 할 때 원도급업체에서 휴가 가서 바람도 좀 쐬고, 잠도 충분히 잘 수 있게 공사기간을 넉넉하게 잡아주면 좋으련만, 여지껏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회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항상 모든 계약에 있어 1순위는 사람이 아닌 돈이었다. 2순위는 시간. 노동 강도는 아마 모든 조건이 다 만족되고 나서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어차피 계약이란 그런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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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라인에서 또 협착사고가 발생했다. 대차를 피하려던 작업자가 바닥에 놓인 자재에 걸려 다리 하나가 미쳐 빠져 나오질 못해 끼이고 만 것이다. 근처에 있던 작업자 말로는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다리뼈가 부러진 것 같다고 했다.
안전사고가 터진 달에는 분위기가 좋지 못했다. 본사에서는 안전감시단을 재촉해 작업자들을 더 심하게 닥달했고, 하청업체 직원들은 작업하는 데 지적사항이 많아져 납기가 지연되었다. 이번에는 현장에 작업자재를 두지 말라는 지침이 내려와 이틀치 이상 쌓아 놓던 자재를 치우고 하루 반절의 작업자재만 직원이 오전 오후로 실어 날랐다. 구름사다리에 작업지시서가 붙어있지 않다거나 하는 일로 감시단과 시비가 붙었고 작업은 계속 지연되어 물량은 쌓여만 갔다. 납기를 맞추기 위해 야근은 계속되었고 그들은 점점 말이 없어졌다.
5m 높이에 케이블 덕트를 설치하기 위해 에어리프트로 트레이가 올라가는 동안 반대쪽에서는 앨버트가 리프트를 타고 행거 작업을 준비 중이었다. 그날 따라 유독 좌우 무게 중심이 맞지 않았던 건지 트레이가 올라가는 내내 흔들거렸다.
바로 옆에서 다음 트레이를 위해 두꺼운 입술이 호이스트를 옮기고 있었다. 목표지점 까지 거진 다 올라갔을 무렵 두꺼운 입술 쪽으로 트레이가 서서히 기울기 시작했고, 에어리프트가 멈추자 트레이가 무게 중심을 잃고 무섭게 그를 향해 쓸려져 내려갔다. 주변에서는 모두 ‘어... 어...’ 하고 소리를 냈고 두꺼운 입술은 옆을 쳐다보자 기차와 같이 무섭게 사각의 길쭉한 쇳덩이리가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것을 보았다.
엄청난 쇠붙이 소리를 내며 트레이는 바닥으로 패대기 쳐졌고 두꺼운 입술도 쓰러졌다. 앨버트는 깜짝 놀라 리프트에서 곧장 뛰어내려 동료가 쓰러진 곳으로 향했다. 요란했던 쇳덩이 소리와 달리 다행히도 두꺼운 입술은 트레이에 깔리지 않았다. 그는 놀란 듯 숨을 몰아 쉬며 찌푸렸던 눈을 천천히 떴다. 그의 시선에는 방금 사고로 겁을 먹고 눈을 동그랗게 뜬 동료의 얼굴이 보였다.
“아오… 씨발…”
그는 자동적으로 입에서 욕이 튀어나왔다. 그것은 누구를 원망하거나 저주하는 것이 아닌 그저 그런 엿 같은 상황에 대한 분노였다. 그리고 이런 어이없는 상황으로 허망하게 다치거나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더 이상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앨버트의 회상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