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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re]_제 2 화 『 고븐힐의 연주가 』_11. 추적 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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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추적 Ⅲ





폴 스트리트 사거리 근처 아래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2층 테라스가 있는 커피숍에서 오브라이언은 담배를 입에 물고 멍하니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있었다. 몇 주 전만 해도 피로 얼룩 졌던 이 거리를 사람들은 벌써 잊어버린 듯 했다. 이 거리 어딘가 또다시 광인이 발작해 사람들을 찢어놓을지라도 사람들은 그런 것이 마치 남의 일인 듯 신경쓰지 않는 것 같았다. 아니면 너무 많은 광인들이 그들 사이로 나타났다 사라져 이제 그들도 곧 현실에 무감각해져 버린 것인지도 몰랐다. 그래. 이미 세상엔 광인이 아니더라도 미친 놈들은 얼마든지 많다. 아니, 어쩌면 이미 모두가 반은 미쳐있는지도 모르겠다.





멀리서 한눈에 들어올 정도로 키가 크고 몸매가 잘 빠진 남녀가 카페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오브라이언은 한참을 멍하니 여자의 몸매를 감상하다 얼굴을 보니 왠지 낯이 익은 듯한 모습에 정신이 번쩍 뜨였다. 오브라이언이 착각한 연인들, 정확히는 외형만 놓고 보면 연인처럼 잘 어울려보이는 남녀가 2층 테라스에 있는 그를 향해 걸어왔다.





“커피는?”
“맡겨놨냐?”
“이런 이기적인 놈을 봤나. 어디서 빡빡이 주제에 공공장소에서 라이트를 켜고 있어? 니가 가로등이야?”
“뭐!? 이런 멸치대가리 같은 놈을 봤나.”
“아아, 그만!”





슈프리머와 오브라이언의 으르렁거림에 진절머리가 난 듯 에이프릴은 옆 테이블에 앉아 담배를 물었다. 슈프리머는 팔자 주름을 지으며 또 다른 반대편 테이블에 앉아 실눈으로 오브라이언을 노려보았다.



“오비. 뭐 좀 알아낸 거 있어?”
“전혀. 우리 표적 되시는 분께서 워낙 수줍음이 많은 성격이라 지인은 고사하고 내가 친구가 돼줘야 할 판이다.”
“넌 이미 모든 미친 자들의 친구야.”
“그래. 시말서는 다 썼고? 이 참에 회초리도 좀 맞고 오지 그러냐?”





슈프리머는 어이가 없는 듯 미간을 올리며 입을 벌렸다.





“코비한테 연락 온 건 없어?”
“아직.”





에이프릴은 작은 입으로 담배 연기를 뿜어내고는 멀리 지나다니는 사람을 보았다. 그들은 일전에 수집한 자료를 코비한테 맡겨 표적과 거리가 가까운 이들을 추려내는 작업을 요청했다. 수천시간이나 되는 영상물 중에서 표적을 인식하고 그와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낸 이까지 선별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인공지능이 표적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엉뚱한 사람을 잡고 매칭하는 경우도 있었고 가까이 있는 사람과 단순히 옆에서 일하는 사람을 동일시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 일은 별로 재미가 없네.”





슈프리머가 테이블 위에 긴 다리를 얹고는 의자를 뒤로 젖히며 말했다.





“아. 니네 자포리자에서 마담뚜 하던 그 난쟁이 아줌마 기억하냐? 그 왜 있잖아. 남편이 가게에서 직원이랑 다투다가 발작한 거. 나 아까 그 아줌마 만났다? 근데 어떤 젊은 놈이랑 팔짱끼고 걸어다니는 거야. 그래서 유심히 봤거던? 근데 그 놈 그때 자기 남편이랑 다퉜던 그 직원이더라고. 이상하지? 내가 봤을 때 그거 분명 ‘광인유도’거든. (일부러 평범한 사람을 광인으로 만들어 제거하려는 범죄행위)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자기 남편 그렇게 만든 놈이랑 태연하게 길거리를 돌아다녀?"
“대단한 발견이네. 신고하지 그랬냐.”





오브라이언은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 초점 없이 지나가는 사람을 훑었다.





“그래서 내가 아줌마 앞에 딱 갔지. 나 보고 깜짝 놀라더라고. 내가 ‘아줌마. 오랜만이네. 나 기억나요? 당신 남편 죽여준 사람인데. 어디 마실 나오셨나봐. 이 먼 곳까지.’하고 말했지. 그러니까 옆에 있던 놈이 갑자기 ‘뭐야 이 새끼’하면서 앞을 딱 막는거야.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겠어? ‘야. 너 이번에 나랑 싸우면 누가 먼저 죽을 거 같냐? 난 니가 미쳐도 이 총 한방이면 보낼 수 있는데. 넌 내가 미치면 나한테 제일 먼저 죽지 않겠냐?’ 그러니까 이 자식 갑자기 얼굴이 빡 굳더라도.”





슈프리머의 말에 오브라이언이 심각한 표정으로 슈프리머를 보며 말했다.





“이 새기 완전 도라이네. 너 임마 아무 증거도 없이 그러다 아줌마가 신고라도 하면 어쩔려고 그러냐?”
“증거는 무슨. 그 아줌마 면상이 증거다. 아주 둘이 좋아 죽더만, 뭐. 근데 참 신기해. 어떻게 그렇게 늙은 아줌마랑 붙어 먹을 수 있지? 그 아줌마가 돈이 많았나?”
“돈 많았지.”





조용히 있던 에이프릴이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보상금도 다 그 아줌마가 준거야.”
“역시. 인생은 돈이야. 안 되는 게 없어. 그지? 아\~ 나도 돈이나 좀 많아 봤으면 좋겠다.”





오브라이언이 콧방귀를 뀌며 시선을 거리로 돌렸다. 카페가 위치한 곳은 메인 스트리트에서 가로로 길게 뻗은 공원이 조성되어있었다. 길 폭이 넓이 않아 한 쪽 테라스에서 길 건너 반대쪽 건물 테라스 사람들이 보였고 길 가운데는 잔디가 부분 부분 조성되어 사람들이 서너명씩 무리를 지어 잔디에 앉아 분위기를 만끽하고 있었다. 주로 젊은 아가씨들이 많이 찾아 남자들의 눈동자가 바삐 움직였고 몇몇 잔디에는 버스킹을 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워낙 사람들이 바삐 지나가는 곳이라 크게 사람을 모으지 못했다.





“이번 사건 트리거(광인 발작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람)는 찾은 건가?”
“글쎄. 아직 경찰에서 찾고 있는 것 같던데.”
“CCTV에 개떡같이 찍혔으니 누군지 알 수가 있나. 이래서 CCTV는 좋은 걸 달아야 된다니까. 아 자식 잡히기만 하면 아주 얼굴을 찐빵으로 만들어 버릴 텐데 말야”
“넌 경찰을 하질 그랬냐. 직장이 맘에 안 들어? 바꿔 주까?”
“어떻게?”
“아이언 지부에 가면 사람 유전자도 개량해준다더라. 가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개조 하고 와라”
“진짜? 그럼 너도 머리 다시 나는 거야?”





슈프리머가 키득키득 웃으며 말했다.





“아오 이 멸치대가리 새기가 진짜.”
“오비. 신호다”





오브라이언의 검은색 선그라스 사각 모퉁이에서 작은 불빛이 깜빡였다. 오브라이언은 바지 주머니에서 직사각형의 네모난 기기를 테이블 위에 올려두었다. 기기 윗면은 액정이 달려 있었고 그가 손가락으로 두드리자 검은 화면에서 하얀 글씨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스쳐 지나갔다.





[사건]
장소 : 폴 스트리트 사거리
대상 : 20대 남성





“발신. 엘리시아”





플라시보의 문구에 에이프릴은 눈이 매서워졌다. 슈프리머는 따분한 시간이 끝나 기분이 좋은지 에이프릴이 통화하는 모습을 보며 기대에 가득 찬 눈빛이었다. 곧 에이프릴의 옆에 있던 세텔라이트가 깜빡거리며 빛을 비추자 사각의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에이프릴. 플라시보 봤죠? 지금 어디에요?”
“근처야. 좌표 확인 좀 해줘.”
“잠시만요.”





홀로그램 화면에서 폴 스트리트 사거리 지도가 펼쳐졌다. 푸른 화살표가 번쩍이며 에이프릴이 있는 곳을 가리켰다. 잠시 뒤 북서방향에서 빨간색 표적이 깜빡였고 푸른 화살표에서 붉은 점선이 나와 표적으로 향하는 길을 만들었다.





“가깝네. 오비. 바이크 있지?”
“시동 걸어놨다.”
“가자.”





셋은 커피숍을 나와 표적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







표적이 가리킨 곳은 인적이 드문 골목 한 허름한 건물의 1층 식당이었다. 이미 신고를 받고 온 경찰들이 식당 안과 건물 주변에 있었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구경이라도 난 듯 식당 주변을 기웃거렸다.





“여어. 오브라이언. 오랜만이군.”





밖에서 건물 주변을 이리 저리 살펴보던 한 남자가 막 도착한 오브라이언을 보며 먼저 말을 건넸다. 오브라이언은 남자를 보자 오른손을 가볍게 들어 인사했다.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구만.”
“자넨 살이 더 찐 거 같군. 살기 편한가 봐.”
“다 자네들 덕분이지. 제보 받고 온 건가?”
“아. 우리가 며칠째 쫓고 있는 녀석인 거 같아서 말이야.”





오브라이언은 식당 주변을 흘깃 쳐다보았다.





“누가 죽은 건가?”
“아니. 가게 주인이 좀 놀랐을 뿐이야. 지하 창고에 재료를 가지러 가다 놈을 발견했다더군.”
“광인이 되 버린 건가?”
“글쎄. 사람 물지 않은 걸로 봐선 아직은 아닌 것 같은데… 이봐 언제 잡을 거야?”
“하! 우리도 놀고 있는 게 아니라고. 벌써 사흘째 꼬박 이쪽 사이트만 돌고 있는데 녀석 코빼기도 안 보이다가 오늘 갑자기 나타나서 이러는 거야.”
“에이. 요즘 왜 이렇게 미친 놈이 많아졌는지 모르겠어. 이거 원. 불안해서 살 수가 있나.”





남자는 거드름을 피우며 창고 주변에 서 있는 에이프릴의 몸매를 감상했다. 에이프릴은 가게 안에 있는 여주인에게 갔다. 여주인은 짙은 녹색 담요를 두르며 공포에 질린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에이프릴이 여주인에게 가볍게 인사하고 당시 상황을 설명해 줄 수 있는지 물었다.





“점심 시간 준비를 막 하기 시작하던 때였어요. 스테이크용 소스가 떨어져서 지하창고로 내려갔는데 창고 문이 열려 있더라구요. 처음엔 남편인가 싶어서 문을 열고 들어갔죠. 근데 고기 비린내가 역하게 나더라구요. 창고에 큰 냉장고가 있는데 거기에 고기를 냉동해 놓거든요. 가끔 전기가 나가서 냉장고가 꺼지면 고기가 상한 체로 썩는 경우가 있어서, 또 냉장고 불이 나간 줄 알았죠. 그래서 냉장고 쪽으로 갔는데. 세상에. 전 처음에 그게 큰 개 인 줄 알았어요. 바닥에 납작 업드려서 꿈틀데기에 무얼 하나 봤더니 피를 줄줄 흘리며 생고기를 뜯어먹고 있더군요. 너무 겁이 나서 가만히 있다가 도망치려고 뒷걸음질 치는데 벽에 걸린 프라이팬이 부딪혀서 떨어져버렸죠. 순간 그것이 고기 뜯는걸 멈추고 고개를 돌리는데. 맙소사. 저는 정말 처음 봤어요. 그런 흉물은. 뉴스로만 들었지 실제로 볼 줄은 꿈에도 몰랐거든요. 정말. 끔찍했어요. 아 이게 광인이구나 싶더라구요.”





에이프릴은 광인이 여자를 습격했는지 물었고 여자는 그 자리에서 기절해 깨어나보니 광인은 사라져버렸다고 말했다. 에이프릴은 여주인의 말이 끝나자 지하창고로 내려가 그가 뜯고 간 쇠고기 덩어리를 보았다. 역한 고기 냄새가 코를 괴롭혔다. 창고를 나와 계단을 오르다 계단 중턱에서 황갈색 끈적한 액체를 발견하고 허벅지에 있던 단검을 꺼내 칼 끝에 묻혔다.





“뭐야? 기름이야?”





옆에 있던 슈프리머가 심심한 듯 말을 건넸다. 에이프릴은 길게 뜬 실눈을 한 채 황갈색 액체를 계속 쳐다보더니 무언가 좋지 않은 듯 미간을 찌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