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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re]_제 2 화 『 고븐힐의 연주가 』_7.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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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동생



광인이 된 남자가 사는 집은 좁은 창문이 하나 딸려 있는 반지하였다. 계단을 내려와 철제식 현관문을 열면 습한 곰팡이 냄새가 코끝을 덮쳤다. 입구엔 신발, 우산, 빈 병과 비닐봉자가 널부러져 발 디딜 공간이 없었다. 벽지는 찢어지고 군데 군데 스며든 퍼런 곰팡이가 꼭 멍든 자국 같았다. 좁은 통로 지나 나오는 3평 남짓한 작은 방엔 네모난 종이박스가 몇개, 방 안쪽 깊숙이 간이 옷걸이대에는 옷들이 수북이 쌓여있어 곧 쓰러질 것 같았다. 냉장고를 둘 공간 따윈 보이질 않았다. 좁은 창문 사이로 햇빛이 새어 나왔다. 햇빛은 벽을 타고 내려와 네모난 종이박스 위에 놓여진 금빛 트럼펫을 비추었다. 트럼펫의 금색 도금이 부분 부분 벗겨져 은빛으로 변했지만 소중히 다뤄진 듯 깨지거나 찌그러진 곳은 없었다.



“꼼짝마!”



7살 소년의 낭랑한 목소리가 등뒤에서 들려왔다.



“움직이면 쏜다! 누구야!”



어린 소년의 목소리엔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소년이 겨눈 장난감 총에, 졸지에 궁지에 몰리게 된 헌터는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난감했다. 그는 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에… 그러니까… 찾고 있단… 말이지…”
“뭐라고? 찾는다고?”
“여기… 어딘가… 말이야… 분명히…”
“뭘 찾는 다는 거야?”
“그러니까… 그게 말이지…”



헌터는 고개를 돌려 소년을 바라보았다.



“내 눈”



소년 앞엔 눈 두덩이가 검게 들어간 남자가 눈알을 찾는 듯 땅을 짚는 시늉을 했다. 소녀는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소년의 기절에 당황한 듯 눈알 찾는 것을 멈춘 헌터는 얼굴을 감싼 홀로그램 가면을 끄고는 민망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소년이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해가 뉘엿뉘엿 저물어가고 있는 늦은 오후였다. 코끝을 강타하는 매콤한 냄새에 두 눈이 번쩍 뜨였다. 냄새가 나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자 멀건 얼굴의 남자가 냄비를 막 밥상 위에 내려놓았다. 소년은 멀뚱 멀뚱 남자를 바라보았다.



“밥 먹자”



그가 아무렇지 않은 듯 소년을 보며 말했다.



“에… 그러니까…”
“얼릉와. 배고프다.”



그는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소년은 남자가 굉장히 의심스러웠지만 주체할 수 없는 배고픔을 사정없이 강타하는 매콤한 냄새에 이미 입안에서 침이 고여 버렸다. 냄비 뚜껑을 열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남자는 더 이상 소년을 개의치 않겠다는 듯 젓가락을 들어 면발을 건져 올린 뒤 ‘후’하며 바람을 불고는 그대로 면발을 입으로 넣어버렸다. 소년의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 났다. 그가 두번째 젓가락을 냄비에 넣는 순간 소년은 후다닥 냄비로 뛰어가 젓가락으로 면발을 건져 ‘후후’ 불어가며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갑작스런 움직임에 잠깐 놀랐지만 남자는 라면을 열심히 먹는 소년을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아저씨, 경찰이죠?”



소년은 남자를 쳐다보지도 않고 입을 오물거리며 말했다. 남자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고민했다.



“우리 형 찾으러 왔죠? 다 알아요. 며칠 전부터 이상한 아저씨들이 집 주변을 기웃거렸어요.”



남자는 직업에 대해 설명하려다 소년의 말에 그냥 그렇게 흘러가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형 왜 찾아요? 우리 형 나쁜 사람 아닌데. 경찰은 나쁜 사람 잡는 거 아니에요?”



그렇다. 경찰은 원래 나쁜 사람을 잡는 사람들이었다. 소년의 질문은 경찰에 대해 공격적이었고, 형에 대해 방어적이었다. 아직 반광인 상태인 소년의 형은 사람들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았으니까 사실 잡아야 될 이유는 없었다. 나쁜 사람이 될 사람을 미리 예측해서 잡아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일종의 보호라고나 할까...”



좋은 말이다. 경찰은 나쁜 사람을 잡을 수도 있지만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큰 사람을 보호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무엇으로부터? 누가 곧 광인이 될 남자에게 감히 위협을 가할 수 있단 말인가. 있다. 본부와 헌터들. 그들은 소년의 형이 광인으로 변해버리는 순간 그의 머리를 향해 가차없이 총을 쏠 것이다. 그렇다면 본부와 헌터는 나쁜 사람이란 말인가.



“형, 집에 잘 없어요. 돈 벌러 가거든요.”



소년은 보호자의 부재를 덤덤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 자신이 어떻게 지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는 듯 했다. 다 먹은 냄비를 싱크대에 올리고는 작은 손으로 수세미에 세제를 묻혀 냄비를 닦았다. 싱크대가 높아 불편해보였지만 소년은 늘 그래왔듯 능숙하게 설거지를 했다. 다 씻은 냄비를 선반 위에 올려두고는 허리에 작은 보조가방을 차고 현관문을 향했다.

“어디 가?”
“공병 주워야 돼요. 지금 가야 다른 사람보다 먼저 가져갈 수 있거든요.”



남자는 당황했다. 외부인을 집에 두고 바깥을 나갈 수 있을 정도로 담담한 소년의 모습은, 한편으로는 집에 가져갈 만 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기도 했다. 주인이 나간 집에 혼자 있는 것이 무안하게 느껴져 (물론 들어올 때도 그런 상황이었지만) 소년이 가는 곳을 같이 나서기로 마음먹었다. 소년은 현관문 옆에 세워 둔 바퀴가 두 개 달린 캐리어를 쥐고는 반지하 계단을 올라 건물 밖으로 나왔다.

“매일 이렇게 혼자 다니는 거야?”
“형이 있을 땐 같이 다녀요!”



공병을 줍기 위해 형제가 매일 밤 거리를 나와 돌아다니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뭔가 씁쓸하면서도 따뜻한 미소가 지어졌다. 소년은 무심한 듯 집 주변에 공병을 내놓은 것이 없는지 이리저리 훑어보며 걸어 다녔다. 재활용 쓰레기통 안에 모여있는 병들 사이에서 노란색 짤막한 원통형 공병을 찾아냈다. 소년이 찾은 공병은 ‘토니’사에서 무상으로 공급하는 에너지 드링크였다. 그 외 나머지 공병은 수거하는 데 큰 의미가 없는 듯 했다.



“형은 말 잘 못해요.”



소년의 말이 마치 새로운 정보라도 얻은 듯 남자는 신기하게 쳐다봤다.



“장애… 그런 건가?”
“장애인 아니에요! 단지…”



소년이 잠시 발걸음을 멈추며 남자를 보고 말했다.



“남보다 좀 느려요.”



남자는 소년의 목소리에서 어떤 야속함을 느꼈다. 그것이 세상에 대한 것인지, 아니면 어떤 사람에 대한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왜 다른 사람들은 그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지에 대한 원망이 섞여 나온 듯 했다. 남보다 느리다는 것이 어떻게 해석될 지 알 수 없었다. 느릿느릿한 스타일을 두고 이르는 말일 수도 있고 남보다 능력이 떨어진다는 말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다. 느리다는 것이 구체적으로 얼마나 사람들 사이에서 불편을 야기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사람들이 그다지 좋아할 만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들이 공병 수거를 한 지 1시간 가까이 지날 무렵 소년의 캐리어는 처음보다 수거된 공병으로 많이 부풀어 있었다. 그들은 마을 밑에서부터 마을 중심에 있는 언덕인 고븐 힐까지 올라갔다. 고븐 힐에 다다르자 소년은 잠시 캐리어를 내려놓고 도로 변 옆 벤치에 앉았다. 그들의 시야엔 스트라우스가 전역이 넓게 펼쳐졌다. 까만 밤하늘과 어두운 도시, 그 사이로 반짝이는 불빛들.

“이거 운동 된다!”



몰아치는 숨을 겨우 진정시키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남자가 말했다.

“아저씨 되게 약골이네. 난 한개도 안 힘든데!”
“그러게. 대단한데?”



남자는 눈 앞에 펼쳐진 도심 속 야경을 바라보았다. 도심은 멀리서 바라보면 그저 고요하고 아름답기만 한데 저 안에만 있으면 그렇게나 시끄럽고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인지 참 아이러니 하다고 느꼈다.



“우리 형. 트럼펫 잘 불러요. 나랑 여기오면. 저\~기 보면서 트럼펫 불러요.”
“트럼펫?”
“집에 있어요. 금색 트럼펫."



남자는 소년의 작은 방에서 본 도금이 벗겨진 금색 빛깔 트럼펫을 떠올렸다.



“형 직업이 트럼펫 연주가야?”
“아니요. 그냥 부르는 거에요. 내가 태어나기 전에. 아빠가 불러줬대요.”



소년은 두 손을 주먹 쥐고는 트럼펫을 부는 흉내를 냈다. 소년의 행동이 귀여워 웃음이 났다.



“맨날 똑같은 것만 불러요.”
“너도 할 줄 알아?”
“아니요. 그래도 입으로 부를 순 있어요. 따단따다\~”



소년은 음악을 기억하며 노래를 불렀다. 어떤 음악을 부르고자 하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반복적인 구절이 나오는 것으로 봤을 때는 뭔가 기억하고 부르는 것은 분명한 듯했다. 늦은 밤 공병을 줍다 말고 시내를 보며 트럼펫을 부르면서 그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지 궁금했다.



“형은 뭐하고 있을까?”



남자가 소년에게 물었다. 소년은 남자의 말에 잊혀졌던 현실이 다시 상기된 듯 고개를 돌렸다. 남자도 더 이상 소년에게 묻지 않았다. 둘은 말없이 앉아 도심 속 불빛이 하나 둘 꺼져가는 것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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