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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Core]_제 1 화 『 헌 터 』_3. 쫓기는 헌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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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쫓기는 헌터들



폴 스트리트 사거리는 한때 번화가로 프라모에서 꽤 유명한 곳이었다. 영화관과 백화점. 길가에 즐비한 잡화점과 술집. 밤마다 반짝이는 불빛과 네온사인. 사람들로 북적한 거리. 도심 내 주요행사였던 국제영화 페스티벌을 옆 동네 휴스턴에게 빼앗기기 전까지 말이다.



헌터들이 제보를 받고 도착한 밤 10시 즈음엔 평소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헌터들을 맞이했다. 화려하게 반짝이는 광고판과 뱅글뱅글 돌아가는 불빛 이외에는 그들이 맞이하는 것은 오로지 적막 뿐이었다. 마치 사람들이 일시에 증발해 버리기라도 한 듯 거리는 조용했다. 초행길인 헌터들은 그런 상황이 신기한 듯 빈 가게를 찾아 이곳 저곳 돌아다녔다. 어떤 무리는 지도를 꺼내놓고 자리잡을 곳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 먼 곳에서 한 차례의 총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총 소리에 일제히 하던 일을 멈추고 소리가 나는 방향을 따라 하늘을 쳐다보았다. 총소리가 잠잠해지고 몇 분 간 고요한 정적이 흘렀다. 이윽고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자 다들 장비를 챙겨 어디론가 사라졌다.



앤더슨은 뽑기 기계 앞에 서 있었다. 피규어, 휴대폰, 이어폰, 장난감 헬기. 그 중에서 그의 눈에 띈 것은 은빛으로 도금된 지포 라이터였다. 주머니를 뒤적거리다 동전 몇 개를 꺼내 기계를 작동시켰다. 버튼은 두 개 뿐이었는데 하나는 위 아래로, 다른 하나는 좌우로 움직이는 것이었다. 뽑기는 간단했다. 5개 층의 각 선반에 비치된 상품을 조준해서 긴 막대기로 밀면 상품이 뒤로 밀려 선반에서 떨어지는 구조였다. 조준은 쉬웠다. 다만 막대기가 상품을 끝까지 밀었음에도 상품은 떨어지지 않았다.



[총소리]



두 번째 총성이 울렸다. 이제 입구에 남은 사람은 그를 포함해서 몇 명 되질 않았다. 꽤 많은 헌터들이 광인을 잡기 위해 몰려 왔지만 그는 왠지 조금도 조급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엇인가 때를 기다리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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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겨지지가 않았다. 그렇게 빠른 몸놀림은. 벌써 눈 앞에서 다섯 명이 죽었다. 지미는 이번 사건이 헌터 일을 시작한지 세 번째였다. 처음 맡은 것은 선박 노름판에서 발작한 60대 남성이었고, 두 번째는 시내 교차로에서 접촉사고로 발작한 40대 남성이었다. 두 건 다 개별 통보를 받았고 너무 시시하다 싶을 정도로 금방 끝나버렸다. 보수 역시 하루 술 값 정도로 소소했다. 그는 뭔가 큰 건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20대 남성은 위험해”



출동 가는 길에 같은 팀에 있던 시드씨가 말했다. 그는 올해로 헌터생활 10년 차에 접어든 베테랑이었다. 지미는 그의 말을 크게 개의치 않았다. 그저 고참들이 신참을 놀리기 위해 던지는 흔한 겁주기 정도로 생각하며 흘려 넘겼다. 플라시보(헌터들의 일감과 보수를 안내하는 애플리케이션)에서는 이번 사건에 꽤 두둑한 보수를 걸었다. 이번 건만 잘 완수된다면 그는 가까운 휴양지로 잠시 휴가라도 갈 생각이었다. 푸른 해변에서 비키니 미녀들이 뛰어 노는 모습을 상상하노라면 입가에 억제할 수 없는 미소가 번졌다.



도착하고 거리를 수색할 때만 해도 꽤 기분이 좋았다. 사람 없는 시가지는 무법의 천국이었다. 아무 가게나 들어가 진열된 상품을 만져보고 음식을 꺼내 먹기도 했다. CCTV가 있어 고가의 물건을 손대면 금방 손해배상 청구가 들어왔지만 캔맥주나 땅콩 비스킷과 같은 사소한 것 까지 신경 쓰진 않았다.



그가 한창 무법의 쇼핑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였다. CCTV가 닿지 않는 뒷골목 상점에서 가죽 자켓을 한 벌 걸쳐 입은 그는 기분이 좋아져 옆에 있는 동료에게 옷이 잘 어울리는지 물어보려던 차였다. 그가 고개를 돌렸을 때 환하게 웃던 그의 얼굴은 금새 차갑게 굳어버렸다. 그의 옆에 있던 것은 눈이 하얗게 뒤집힌 채 사자와 같이 큰 송곳니로 그와 같이 왔던 젊은 헌터의 목을 물어 뜯으며 분노하고 있는 광인이었다.



그는 순간 몸이 경직되었다. 지금까지 봐왔던 광인의 모습과는 차원이 달랐다. 큰 키에 탄탄해 보이는 근육. 그는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혼자서는 상대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거리가 너무 가까워 총을 꺼낼 엄두 조차 나질 않았다. 시선을 어딘가로 돌리기만 해도 금방 자신을 향해 달려 들 것만 같았다. 젊은 헌터는 아직 숨이 붙었는지 몸을 부르르 떨고 있었지만 지미는 그를 구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광인이 동료의 목에 정신이 팔려 자신이 있는지 모르기를 바랐다. 뜻밖의 상황과 자신의 무력함에 그는 그제서야 자신의 일이 위험하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총소리]



저 멀리서 총소리가 들려왔다. 앞에 있던 광인의 어깨가 흔들거렸다. 총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검은 선글라스를 쓴 대머리 남자가 광인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었다. 순간 바람이 일며 눈앞에 있던 거대한 물체가 쏜살같이 사라져 버렸다. 지미는 광인이 어디로 갔는지 두리번거리다 머리 위에서 네 발로 벽을 타고 기어다니는 검은 물체를 포착했다.



[총소리] [총소리]



대머리 남자는 벽에 붙은 광인을 향해 몇 발의 총을 더 쏘았지만 광인은 거대한 몸으로 아주 자연스럽게 벽에서 벽으로 뛰어다니며 남자에게 다가가 그의 머리를 잡고 뜯어버렸다. 지미는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을 보는 듯 비현실적인 상황에 넋이 나가버렸다. 어떻게든 광인이 자신의 존재를 인지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다행히 바깥쪽에서 총소리가 들리자 광인은 소리를 향해 사라져버렸다.



‘허억’



겨우 참았던 숨이 한번에 몰아 나왔다. 이대로 계속 이곳에 있을 순 없었다. 광인은 그들의 목을 취하고 돌아올 것이다. 최대한 이곳에서 멀리 떨어져야만 했다. 떨리는 몸을 가까스로 일으켜 세우고 지미는 천천히 한 발자국씩 걸음을 뗐다. 멀리선가 광인의 손에 목이 달아난 듯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뒤를 쳐다볼 수 없었다. 광인이 곧 자신을 향해 달려 올 것만 같았다. 심장이 터질 듯 숨을 몰아 쉬며 조금씩 걸음을 빨리, 그러다 곧장 뛰어 달아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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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층 건물 창가에서 저격총을 어깨에 대고 확대경으로 시내를 이리저리 훑고 있던 세스는 30분째 광인을 유인하러 간 동료 프레리가 돌아오지 않자 곧 지루함에 빠졌다. 언제나 그렇듯 저격수의 일이란 낚시와 같아 끝없는 기다림과 인내심이 필요했다. 사람의 집중력이 무한할 수 없기에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먹이를 하염없이 기다리며 시간과 정신을 쏟아 내고 있으면 어느샌가 마음 한 구석에서 불안과 의심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다른 누군가가 이미 잡은 것은 아닐까. 아니면 어딘가에서 한창 신나게 몰이사냥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장비를 챙겨 따라붙어야 되는 것은 아닐까. 의심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아와 기다림의 시간을 가속화시켰다. 이럴 땐 주위를 최대한 환기시켜 시간이 지나가도록 내버려 두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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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스가 터를 잡은 5층 건물은 기둥 하나 없이 넓게 트인 공간에 2인용 쇼파 하나, 사무용 책상 서너개, 칸막이 뒤 간이 침대가 있는 사무실이었다. 아무도 없는 컴컴한 사무실에서 무언가가 갑자기 들이닥친다면 아마 그 갑작스러움에 심장이 마비되어 그대로 기절해버릴 것이다. 저격수를 자처한 것은 조금이라도 광인에게서 멀리 있고자 함이었지만 이런 으스스함까지 감내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언제나 세스는 광인이 조용히 자신의 뒤로 다가와 날카로운 송곳니로 목을 뚫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었다.



“지나친 상상이야”



프레리는 그의 말을 비웃는 듯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멀리 다트판을 향해 다트를 던졌다. 그는 광인 몰이를 하는 자신의 용기를 자랑스럽게 여겼다. 늘씬하고 탄탄한 그의 몸에는 군데군데 스치고 할퀸 상처가 있었지만 여태껏 죽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것은 어쩌면 그 스스로도 광인을 마주하는데 어떤 희열감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세스는 가끔씩 그의 명령이 짜증나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그가 광인을 마주하여 근접전을 펼칠 때면 느름한 그의 뒷모습이 남자가 봐도 멋있게 느껴졌다.



[총소리]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있던 순간 멀리서 프레리의 총소리가 들렸다. 그의 9mm 자동권총은 얇게 터지는 총소리가 언제나 귀를 따갑게 했다. 그는 어두운 골목 안 그림자를 뚫고 힘차게 달려 나와 대기 중이던 세스를 향해 곧 놈이 나타날 것이라는 것을, 마치 장난기 가득한 어린아이의 표정으로 신난다는 듯 보여줄 것이라 기대했지만, 이번에는 왠일인지 그런 그의 모습이 나타나지 않았다. 총소리가 난지 10분이 지나도록 여전히 골목 안 그림자는 프레리를 토해내지 않았다.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먼저 작업을 해버린 걸까. 아니면 혹시? 그럴 리가 없다. 그는 굉장히 잽싸고 날랜 거너이다. 아무리 광인이라도 그를 쉽게 제압하지는 못할 것이다. 계속된 집중이 이내 초조함으로, 다시 불안함으로 바뀌었다. 어쩐지 이번 건은 이상하게 기분이 썩 내키질 않았다. 늘 먹던 맥주에서 전과 다른 쓴 맛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한 놈에 30만 달러라니. 프레리와 반씩 나눠도 한 달은 놀고 먹을 수 있는 액수였다. 신기하게도 플라시보에서 책정한 보수는 정확히 그 난이도와 비례했다. 마치 일부러 광인을 풀어놓기라도 하는 듯 말이다.



그 순간 골목 사이로 조그만 형체가 천천히 걸어나왔다. 무언가 검붉은 액체를 뒤집어 쓴 듯 아주 천천히, 그리고 비틀거리며 골목 사이를 빠져나오고 있었다. 순간 세스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것은 프레리였다. 굉장히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한쪽 팔로 반대쪽 어깨를 감싸며 걸어 나오고 있는 모습은 뭔가 일이 잘못되고 있음을 깨닫게 했다. 아무리 부상을 당해도 보통의 그는 날렵하게 뛰쳐나와 자신을 향해 신호를 보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상처가 너무 고통스러워 눈을 제대로 뜨지 못했고, 그의 느릿느릿한 움직임은 곧 광인에게 표적이 될 것 같이 위험해 보였다. 그렇다면 광인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세스는 프레리 주변으로 총구를 돌려보았으나 어디에도 광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잠시 뒤 검은 골목 사이로 거대한 물체가 성큼성큼 걸어나왔다. 그것은 흡사 미로에서 빠져나온 미노타우르스처럼 보였다. 얼핏 봐도 보통 남자의 체격을 훌쩍 넘긴 광인의 몸은 사람이라기보다는 거대한 동물 같아 보였다. 입에서 허연 입김을 내 뿜으며, 괴로워하는 프레리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고 있었다. 위험했다. 보통은 프레리가 광인을 교란하는 사이 자신이 광인을 조준했지만 이번엔 온전히 저격 만으로 광인을 잡아야 했다. 일단 광인이 되 버리면 다른 곳은 맞아도 별 소용이 없기 때문에 정확하게 머리를 조준해야 했다. 쉽지 않다. 만약 한방이 빗나가게 된다면 위치가 탄로나기 때문에 곧바로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했다. 광인의 움직임은 빠르다. 딱 한 발. 이 한 발에 쓰러뜨려야 한다.



세스는 호흡을 멈추고 방아쇠를 당겼다.



[총소리]



성공한 것인가. 세스는 눈에 더욱 힘을 주어 확대경으로 광인을 살폈다. 광인은 머리를 숙이고 있었지만 쓰러지지 않았다. 두 다리가 굳건히 땅을 딛고 있었다. 실패인가. 잠시 뒤 숙였던 머리를 들자 광인의 오른쪽 이마에서 검붉은 피가 흘러내렸다. 한쪽 눈이 감긴 듯 했지만 반대쪽 눈이 크게 확장되며 5층 건물에 있는 세스와 눈과 마주쳤다. 광인은 굉장히 화가 난 듯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내며 표정을 일그러뜨렸다.



실패였다. 거기다 위치까지 발각된 듯 했다. 순간 자신도 모르게 겁이나 유리창 밑 벽에 등을 지고 숨어버렸다. 지금껏 몇 번의 오발은 있어왔지만 이렇게 광인의 눈을 오래 마주한 적이 있었던가. 그보다 그 일그러진 표정이 공포스러워 머리에서 잊혀지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하나. 도망쳐야 할까. 그러면 프레리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아니 어쩌면 지금이 다시 광인을 조준할 기회인지도 모른다. 광인은 자신이 어디론가 도망갔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프레리를 끝내러 다가가는 그 틈을 이용해 한번 더 기회를 보는 것이다. 세스는 떨리는 손으로 총을 꽉 움켜잡고 결심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다시 몸을 일으켜 세워 창 밖을 조준했다.



그런데 광인이 보이질 않았다. 프레리는 이미 바닥에 얼굴을 파묻고 쓰러져 있었다. 광인은 어디로 사라진 건가. 설마 자신을 쫓아 건물로 들어오고 있는 것인가. 그렇다면 어느 쪽이지? 왼쪽 후문으로 오는 것인가. 아니면 정문? 창문을 열고 몸을 앞으로 내밀어 광인의 위치를 찾아 두리번 거리던 차였다.



문득 기분 나쁜 생각이 머리를 스쳐 고개를 아래로 쳐다보았다.





아.





광인은 벽을 타고 기어 올라와 세스의 머리를 그대로 날려버렸다.